사찰 벽화이야기 - 겨자씨와 주검
<해인사- 경남 합천>
잡비유경(雜譬喩經)에 나오는 이야기로 고타미라는 여인이 반은 실성한 채로 자신의 죽은 아들을 안고 석가모니를 찾아와 애를 살려 달라 애원을 하는 그림이다.
▮ 겨자씨를 구해오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막 시작 할 무렵 그만 병에 걸려 죽게 되자. 자식 잃은 어미의 슬픔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사람마다 붙들고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아이를 살릴 방법이 없는지를 묻자, 전능하신 석가모니에게 찾아보면 어쩌면 살릴 방도가 있을 줄 모른다는 말에.
여인은 죽은 아이를 안고 바로 석가모니에게 뛰어 갔다.
죽은 애를 살려달라며 석가모니에게 절규하듯 애원하는 여인 고타미에게 말하길 “여인아, 아이를 살려 줄 테니 한 번도 장례를 치루지 않은 집에 가서 겨자씨를 구해오라.”라고 하자
그 말을 들은 여인은 바로 마을로 뛰어 갔다.
여인이 찾아간 모든 집에서는 흔한 겨자씨는 쉽게 얻을 수 있었으나, 장례를 한 번도 치루지 않은 집을 찾기가 문제였다.
마을 모든 집을 샅샅이 찾아다니던 중 여인은 석가가 겨자씨를 구해오라는 이유를 차츰 알게 된다.
점점 그녀의 마음엔 서서히 법안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겨자씨를 구해야 할 그토록 집요한 마음 역시 서서히 멈추게 된다.
이제는 며칠을 안고 뛰어다니던 죽은 아들을 땅에 묻고 기원정사로 돌아가 석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이다.
세상에서 그토록이나 귀한 내 아기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라는 존재 역시도 결국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미스터리한 일이다.
그런 의문에 걸린 마음을, 불교는 ‘나에 대한 집착’이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늙고 병들고 죽는 법인데, 한번쯤은 생로병사의 현실을 망각하고 생명에 집착하게 된다.
인간의 몸은 소용돌이, 그 감각은 물방울, 그 표상은 아지랑이, 그 의지는 파초, 그 의식은 환영이라고 불교경전에 기록하고 있기에.
어디를 가나 집착할 것은 많지만, 그곳에서 쉽게 얻은 것 또한 없지 않은가
그처럼
하늘에 주인이 없고, 바람에 주인이 없듯, 나의 몸과 나의 마음도 내가 주인 아니다 라고 석가는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겨자씨와 주검’은 죽은 아기를 놓지 못하는 어미를 통해 우리에게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 모아보는 겨자씨와 주검
<보광사-전남 담양>
<북지장사-대구 동구>
<청량사-경북 영천>
<태안사- 전남 곡성>
▮ 회향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겁니다. 고타미 여인이 엄청난 슬픔을 잘 이겨 낸 이유를 이렇게 생각 해 봅니다. 아마도 그녀가 마을의 모든 집을 돌아다니며 겨자씨를 얻으려 할 때마다 그집에서도 그런일들은 있었고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함께 슬픔을 나누며 서로에게 위로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예전처럼 기쁨과 활기를 찾았을 것입니다 슬픔에 빠져 내게 찾아 온 사람들에게 해줘야 하는 일은 '남들도 다 그래 약한 모습보이지마 이래라 저래라 '라며 훈수 드는게 아니라, 그저 묵묵히 그의 곁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함께 하기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