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아버지가 주신 약
옛날에 어떤 명의가 있었는데,
집안에는 여러 가지 약초들과 진귀한 명약들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많은 자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 있던 자식들이 약을 잘못 먹고 그만 중독되고 말았습니다.
외출을 다녀 온 아버지가 집안을 보니
아이들이 심하게 앓으며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급히 해독약을 지어서 먹이려 하였지만,
이미 약을 먹고 중독이 된 아이들은 마음속에 약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선뜻 아버지가 지어준 해독약조차도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아이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아버지에게 묘수가 떠 올랐습니다.
일단 약을 병에 잘 담아둔 다음, '해독제'라고 크게 적고
'몸에 좋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됨'이라고 유의사항까지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그렇게 눈에 잘 띄는곳에 놓아두고는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어 아이들에게 이렇게 전해달라고 합니다.
"아이고, 너희 아버지가 집을 나왔다가 그만 변고를 당했구나. 이를 어쩌면 좋으냐 ..."
이렇게 자식들에게 자신이 죽었다고 거짓으로 소식을 전하게 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그제야 비로소 정신이 차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병은 누가 고쳐줄지 걱정이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일전에 아버지가 지어놓은 명약이 떠 올랐습니다.
형제들은 이제 앞 다퉈 그 약을 먹게 되었고,
병은 말끔히 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자식들의 병이 나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의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을 방편方便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법화경』에 나오는 의사의 비유라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부처님이 항상 머물러 있어 멸하지 않는다면,
중생들은 교만한 생각을 일으키게 된다.
싫증내고 게으른 마음을 품어,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않고,
부처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방편으로 열반에 든다."
☞ <여래수량품>
사람들은 흔하면 소중하다는 생각을 미처 안 하게 됩니다.
아쉬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열반에 드신 것은,
결국 우리 중생들이 정신차려 수행하도록 방편을 쓰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생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익히고 실천한다면,
마치 약을 먹고 병이 낫게 되면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결국 부처님께서도 우리를 찾아오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