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태조와 무학
조선의 태조는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이성계(李成桂)이다.
그는 날로 부패해 가는 고려왕조를 탄식하여, 청운의 뜻을 품고 팔도강산을 두루 다니며
무예를 연마하고 정신을 단련하는 등 명산과 유서깊은 사찰을 찾아다니며 천지신명과 제불보살님의 가호를 빌기도 하였다.
한때 그가 함경도 안변 땅에 머물적에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혼자서 곰곰히 생각다 못해 답답한 가슴을 안고 그 마을에서 해몽을 잘 한다는 점장이 노파를 찾아가서 묻게 되었다.
- 다른 게 아니라 내가 간밤에 몇 가지 이상한 꿈을 꾸었기에 해몽을 좀 해 달라고 왔소.
하면서 꿈의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이성계의 얘기를 듣고 깊이 생각하던 점장이 노파가 신중하게 말하기를
- 대장부가 받은 꿈의 계시를 어쩌 한낱 계집이 말할 수있겠습니까.
여기서 서쪽으로 40리쯤 들어가면 설봉산(雪峯山)이 있고,
그 산의 조그만 토굴에 도인 스님이 한 분 살고 계십니다.
그 어른에게 물어보시면 잘 일러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성계는 노파가 일러준대로 설봉산을 찾아 도인 스님이 계신다는 토굴에 들어가 본즉
한 스님이 선정(禪定)에 들어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이성계는 스님에게 공경히 절을 하고 찾아 온 사연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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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塵世)에 사는 사람이 의심스러운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아오니 자비로써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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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지 말씀을 하여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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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제가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하도 궁금해서 일부러 찾아 왔습니다.
시골마을의 닭들이 일제히 울어대고, 하늘에서는 꽃이 비오듯 떨어지는 것을 봤습니다.
또 저는 헌 곳간에 들어가서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짊어지고 나오다가
거울이 깨어지는소리에 문득 꿈을 깨고 말았습니다.
무슨 불길한 징조는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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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러한 꿈을 꾸셨다면 남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꿈입니다.
이곳은 아무도 없으니까 가만히 들어보십시오,
마을의 닭들이 일제히 “꼬끼오”하고 울어 댄것은 “꼬뀌위 꼬뀌위”한 것이니
반드시 고귀한 지위에 오른다는 뜻입니다(高貴位) .
헌 곳간에 들어가서 등에 서까래 세 개를 가로 졌으니 그 양이 임금 왕(王)자와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성계는 내심 형용할 수 없는 흥분된 마음을 감추고 다시 묻기를
- 그러면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고 거울이 깨어진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스님은 말 없이 붓을 들어 시(詩) 한 수를 적어 내 놓았는데 이성계가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 화락능성실(花落能成實) 꽃이 떨어졌으니 열매가 맺힐 것이요
경파개무성(鏡破豈無聲) 거울이 깨어졌으니 소리가 요란할 징조로다. >
하고 스님은 다시 이성계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 장군의 면상을 본즉 군왕의 기상이 얼굴에 가득하지만
아직 겁기(劫氣)가 다 벗어지지를 못 하였으니 성현에게 기도를 올리고 공덕을 지어야 일이 성취되겠소이다.
이 일은 나만 알고 비밀을 지킬터이니 장군께서도 꿈 이야기를 입밖에 내지 말아야 하오.
아직도 3년의 시일을 기다려야 할터이니
그 동안에 이 자리에 절을 세워 오백 라한을 모시고 기도를 잘 드리도록 하시오,
하고 자세히 알려주었다.
이성계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님께 스승의 예를 올리고
그 뒤에도 가르침을 청했으니, 이 스님이 바로 무학대사 이다.
이렇게 해서 이성계는 자기의 출생지 안변 땅에 절을 지어〈임금 왕(王)자를 해석했다고 하여〉
석왕사’(釋王寺)라 이름하고, 등극한 후에는 무학대사를 ‘왕사(王師)로 모시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