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손순의 효심
옛날 신라에 손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비록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남의 집 품팔이를 하며 늙으신 홀어머니를 잘 봉양했습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어머니 한 분께 밥을 지어드릴 뿐 다른 식구들은 죽으로 때우곤 했습니다. 때문에 어린 아들은 밥 때만 되면 할머니 밥상 앞에 버티고 있다가 몰래 할머니의 밥을 빼앗아 먹곤 했습니다. "부인,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가 없소. 저 애가 늘 어머니의 밥을 빼앗아 먹으니, 어머님이 얼마나 배고프겠소? 차라리 저 애를 몰래 묻어 버리고 어머님을 배고프지 않게 잘 모십시다." 아내는 울음을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깊은 밤, 모두 잠이 들자 손순은 아이를 업고 아내와 함께 마을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땅을 팠습니다. 그런데 땅을 파다가 뭔가 단단한 것이 손에 잡히는 것입니다. 깜짝 놀라 계속 파보았더니 뜻밖에도 너무나 훌륭한 돌종이 하나 나오는 것입니다. 돌로 되었음에도 생김새가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이게 소리는 나는지 궁금하여 나무에 걸어놓고 쳐보았더니, 고요한 밤하늘에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렸습니다. 내심 아이를 버리는 것이 마음 아팠던 부인이 손순에게 아이를 데려가자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신기한 보물을 얻은 것도 이 아이의 복인 듯하니, 아이를 잘 데려가도록 해요." 둘은 아이와 돌종을 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부터 종을 대들보에 매달아 두고 아침 저녁으로 한 번 씩 쳤는데, 그 소리가 대궐에까지 울려 퍼질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 궁에 있던 흥덕왕이 범상치 않은 종소리를 듣고는 신하들에게 말했습니다. "궁궐 밖 서쪽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들려오는데,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가 비할 데 없이 맑고 청아하구나. 예사 종이 아닌 듯하니, 얼른 가서 알아보도록 하라." 왕의 명을 받은 신하들은 소리를 따라 손순의 집에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허름한 짐 대들보에 걸려 있는 돌종을 보고는 의아하게 여겨 한번 쳐 보았습니다. 역시 궁궐에서 들리던 천상의 소리 그대로였습니다. 사람들은 손순에게 그 종을 구하게 된 경위를 전해 듣고 왕에게 돌아가 그대로 말씀을 올렸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왕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옛날에 한나라에 곽거郭巨라는 효자가 있었는데, 늙은 모친이 음식을 손자에게 나누어지기를 좋아하자 어머니의 몫이 줄어든다며, 땅을 파고 아이를 묻어버리려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땅에서 돌솥이 나와 그 뚜껑을 열어보니 한 솥 가득 황금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자식을 묻으려 할 정도의 효심에 감복하여 하늘이 금솥으로 치하했는데, 지금 손순이 자식을 묻으려 하니 땅에서 돌종을 솟아나게 했구나." 한나라에 곽거가 있다면, 신라에는 손순이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두 효자의 마음에 감복했던 것입니다. 흥덕왕도 손순에게 집 한 채를 하사하고 매년 쌀을 내려주었다고 합니다. 자식을 버리려 했던 것은 물론 잘못이지만, 그만큼 효심이 뛰어났다는 반증입니다. 부모와 자식에 대해 선택을 하라는 것 만큼 잔인한 일은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자식을 버리는 부모 또한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손순이 하늘을 감복시킬 만큼 효심으로 부모님을 잘 봉양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