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단비구도 (斷臂求道) - 달마와 혜가
<금산사- 전북 김제>
달마가 중국 숭림산 동굴에 들어와 나홀로 정진한지 9년째 ,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날 신광이라는 한 젊은이가 찾아와 제자로 받아주길 간청하며 자신의 팔을 잘라 결의를 증명 받았다는 유명한 달마대사 일화중의 하나인 그림이다.
▮ 달마의 첫 제자 ‘신광’
먼 길 찾아와 가르침을 달라는 신광의 간곡한 간청에도 달마는 눈길한번 주지 않은 채 한마디로 거절해 버린다. 신광역시 달마의 토굴 앞에서 필사적으로 제자로 받아주길 간청 해 보지만 달마 역시 요지부동이다. 두 사람이 긴장스런 대치가 이어지고 있던 그날 밤은 유난히도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날이 밝아 올 때가 되니 눈이 허리 넘게 차 오를 때 까지 돌장승처럼 밤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광을 보고 달마는 꾸짖고 있다. 법을 구한다며 다들 그런 오만한 마음으로 도전들 해 보지만 한갓 헛수고로만 끝날 뿐이다. 라며 다시 고개를 돌리자 이 말을 들은 신광은 홀연히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들어 자기의 왼팔을 자르니 사방 하얀 눈밭위로 붉은 선혈이 낭자하다. 신광은 이때 떨어진 자신의 팔을 때가 아니게 피어난 파초 한 잎에 받아들며 “모든 부처님이 최초에 도를 구할 때에도 법을 위해 몸을 던졌듯이, 지금 팔을 끊어 앞에 내놓고 법을 구합니다. ”라고 답 하자 달마는 그에게 묻고 있다. "네가 그토록 구하려 하는 것이 무엇이냐?" "제 마음이 왜 이리도 괴롭습니까." 그럼 "너의 마음을 내 앞에다 내놓아 보아라, 그러면 내가 해결 해 주겠다." 신광은 그 말을 듣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마음을 달마 앞에 내 보일 수 없었다. 달마는 말했다. "그럼 이재,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것이다." 순간, 혜가는 깨달음이 일어났다. 마음이란 본디 평화로운 것이다. 거기엔 어떤 괴로움이나 동요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먼지를 쓸어낸다고 비질을 하면 할수록 먼지는 더 일어나듯 마음역시 진정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더더욱 먼지처럼 동요가 일어난 것이다. 그처럼, 동요가 일어난 그때의 마음이 마음의 본모습이 아니라 마음의 그림자(혹은 번뇌망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달마가 혜가의 괴로운 마음을 신통력으로 편안하게 해결 해준 것이 아니라, 단지, 마음의 본래 모습을 보게 해준 것일 뿐이다. 망상을 끊어야만 비로소 참된 마음이 앞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다. 걸림도 없고 얽매임도 없이 몸을 벗어나 기댐이 없어야 큰 해탈에 이르게 된다.
▮ 달마, 토굴에서 나오다.
조용하던 달마의 토굴에서 한동안 벌어진 신광의 소동을 계기로 요지부동인 달마의 마음도 움직여 9년 면벽 수행을 풀고 토굴에서 나오게 되고 팔을 잘라 외팔이가 된 신광은 달마의 제자로 받아들여 ‘지혜를 얻을 만하다' 는 뜻의 혜가(慧可)라는 법명을 받고 달마에 이어 2대 조사의 법맥을 이어받게 된다, 구도의 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혜가의 단비구법(斷臂求法)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선종의 맥은 달마로 끊겼을 터인데. 어쩌면 달마는 9년 면벽수행 동안 간절히 혜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슴없이 왼쪽 팔을 잘랐던 혜가의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못 이룰 소망이 무엇이 있겠는가.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자신의 육신이다. 불법의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도 확실한 믿음이 중요하였기에. 자기육신마저도 과감히 던진 수 있는 용맹심을 발휘로 믿음은 완성 될 것이다.
▮ 한손의 서원.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불교식 인사와 달리 소림사 승려들은 한 손만 들어 합장하는 자세를 취는데, 이 인사의 유례는 한쪽 팔이 없는 상태로 달마의 법을 이어받은 혜가의 구도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정진하겠다는 의지가 소림사 스님들의 인사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전통은 지금의 사찰의 수계식 때에도 불법에 대한 믿음과 일체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의 상징적 의미로 팔에 고통을 느끼게 하는 연비의식을 하고 있다. ‘단비구도’에서는 불교의 맥을 이어가는 스님들의 불법의 진리를 구하기 위해서 자기육신마저도 바칠 수 있는 용맹심을 발휘하게 되는 철저한 수행 모습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 모아보는 단비구도
<광덕사-충남 천안>
<법주사-경북 군위>
<용화사-충북 진천>
<운문사-경북 청도>
<팔달사-경기 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