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 법통을 이는 혜능대사
달마, 혜가에 이어 어느덧 중국 선종은 5대 조사인 홍인弘忍대사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 태어나 나무를 팔며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심깊은 혜능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탁발 나온 스님의 독경소리에 느끼는 바가 있어 훗날 출가를 결심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모를 잘 모신 뒤, 때가 되자 홍인대사를 찾아갔습니다.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려는가?"
"저는 영남 사람이온데, 오직 깨달음을 얻으러 왔습니다."
"영남 사람은 오랑캐인데, 어떻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은 남쪽 북쪽이 있지만, 불성이 어찌 남북이 있을 수 있습니까?"
홍인대사는 혜능이 비범한 줄 알았지만, 다른 스님들의 눈치를 염려하여, 큰 소리로 꾸짖듯이 방앗간에 가서 일이나 하라고 몰아냈습니다. 당시 중국은 중원을 중심으로 남쪽 해안가의 광동성 사람들을 변방의 오랑캐로 부르며 멸시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홍인대사는 방앗간을 둘러보았습니다. 그곳에서 힘이 부족하여 큰 돌덩이를 등에 지고 열심히 방아를 찧는 혜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홍인대사는 혜능에게 다가가 지난 일을 물어보았습니다.
"혹 누군가 너를 해칠까 염려하여 더 말하지 않은 것인데, 네가 그 뜻을 알고 있었느냐?"
"예, 저도 스님의 뜻을 짐작하였습니다."
홍인대사는 다시 한 번 혜능의 그릇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나도 이제 세상의 인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 뒤를 이어 법을 전할 자를 정하겠다. 각자 본심의 지혜로운 마음을 게송으로 표현하여 가져오라. 만일 진리를 깨달았다면 그에게 초조初祖 달마대사 이래 전해오는 가사와 발우 전하여 6대 조사로 삼겠노라."
이미 홍인대사에게는 신수神秀라는 샛별과도 같은 제자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신수스님이 육조가 될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신수스님은 홍인대사의 이 말을 듣고 게송을 지어 여러 스님들이 다니는 복도 벽에다 붙여놓았습니다.
"육체는 지혜의 나무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으니, 항상 부지런히 털고 닦아 티끌 먼지 묻지 않게 하라."
홍인대사는 이 글을 보고 아직 진리를 깨닫지 못한 게송임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에게는 이 게송을 따라 수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스님들은 이 게송을 외우며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혜능스님은 여전히 방아만 찧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여러 스님들이 외우고 다니는 소리에 신수스님의 게송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게송의 내용을 들어보니, 아직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했음을 한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다른 스님에게 부탁하여 자기가 말하는 게송을 신수스님의 게송 옆에 써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사실 배움이 부족한 혜능스님은 아직 글을 몰랐던 것입니다.
"지혜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대가 없노라.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 어느 곳에 티끌이 일어나리."
혜능이 남긴 이 게송을 본 스님들은 놀라며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자신들을 뉘우쳤습니다.
홍인대사는 혜능이 남긴 게송을 보시고 이제 제자가 깨달음을 얻었음을 아시고, 다음 날 방앗간으로 찾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쌀을 얼마나 찧었느냐?"
"쌀은 찧은 지 오래되었사오나, 키질로 아직 골라내지는 못했습니다."
- 키질 : 타작된 곡식의 낟알을 겨와 분리시키기 위해 까부는 행위. 타작 마당에서 타작 기계를 이용하여 떤 곡식을 키를 이용해 삽질하듯 바람에 날리면 알곡은 땅에 떨어지고 겨는 바람에 날려 분리된다
이에 홍인대사는 혜능대사에게 법을 물려주어, 출가한 지 8달 만에 초조 달마대사의 법통을 이어 육조 혜능대사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