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불을 숭배하던 카사파 삼형제
녹아원에서 오비구를 제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널리 법을 전하러 떠날 것을 당부하시며, 부처님께서도 인근의 우루벨라 마을로 향하시겠다고 했습니다. 그곳에는 당시 마가다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카사파 삼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불을 숭배하는 배화교拜火敎 수행자였습니다. 첫째 우루빈나 카사파에게는 500명의 제자가, 둘째인 나디 카사파에게는 300명의 제자가, 그리고 막내였던 가야 카사파에게는 200명의 제자가 각각 따르고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마을에 도착하자 이들 삼형제가 불을 섬기는 장소인 성화당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처님의 소문은 이들 귀에 까지 들렸습니다. 그래서 무서운 독룡이 살고 있는 성화당에 머물게 하여, 부처님을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내일 아침에는 저 사문의 송장을 치우게 되겠군. 쯧쯧'
성화당에 들어간 부처님은 적당한 곳에 풀을 깔고, 그 위에 앉자 결가부좌하신 채 깊은 삼매에 들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성화당의 독룡은 몹시 불쾌하고 화가 났습니다.
'이런, 겁도 없이 성화당에 들어온 것도 화가 나는데, 게다가 저렇게 침착한 모습으로 선정에 들고 있는 이 자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화가 치민 독룡은 불덩이를 뿜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렇게 생각하셨습니다.
'저 독룡의 피부나 살. 근육. 뼈. 골수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나의 불로써 이 녀석의 악한 불을 소멸시켜야겠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연기를 뿜어냈습니다. 이를 본 독룡은 더욱 분노에 휩싸여 스스로 거대한 불길을 두른 채 큰 불을 뿜었습니다. 부처님 또한 선정의 불을 내비추었습니다. 부처님과 독룡, 이 둘의 불꽂이 크게 휩싸이자 성화당 안은 마치 불타는 집처럼 뜨겁게 빛났고, 밖에서 이를 보던 우루빈나 카사파와 그의 제자들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저 사문도 결국 이렇게 독룡의 먹이가 되고 마는구나."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 성화당을 정리하러간 그들은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부처님께서 멀쩡히 앉아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손에 든 발우에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조그만 뱀 한 마리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카사파여, 이것이 그대가 섬기는 독룡이다. 이 독룡의 불꽃은 나의 불꽃에 의해 소멸되었다."
부처님은 지혜의 불꽃으로 독룡이 내뿜던 사악한 불꽃을 꺼 버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루빈나 카사파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힘으로도 부처님의 신통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신통은 지혜의 힘으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불의 신에게 제사 지내던 모든 도구를 다 던져 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두 동생 니디, 가야 카사파 역시 큰 형을 따라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따르던 천 명의 제자들 역시 모두 부처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이로써, 부처님에게는 하루 아침에 천여 명의 제자가 생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