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벽화이야기 - 안수정등 (岸樹井藤) -흰쥐 검은쥐
<유하사- 경북 안동>
불설비유경(佛說比喩經)에 나오는 이야기로
코끼리에 쫒긴 어떤 남자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진 그림이다,
안수(岸樹)는 언덕 위의 나무, 정등(井藤)은 우물에 있는 등나무라는 뜻으로
어떤 남자가 광야를 가다가 사나운 코끼리를 피해 나무에 걸린 등나무 줄기를 잡고
우물 속으로 피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살았구나 하며 잠시 안정을 취해보지만
우물 밑을 내려다보니 그 속에는 4마리의 독사(지수화풍)가
입을 벌리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고 아니다 싶어 다시 위를 올려다보니
흰 쥐 검은 쥐(낯과 밤)가 번갈아 가며 그 남자가 매달린
등나무 줄기마저 갉아먹고 있는 게 아닌 가
남자는 처한 상황에 그만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런데, 때마침 등나무 줄기 덤불 속에 있는 벌집에서
꿀이 흘러내려 그 남자의 얼굴에 똑똑 떨어지자
그 꿀맛에 취해 금세 자신이 처한 엄청난 상황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 안수정등의 상징
결국 이 그림이 시사 하고 있는 것은 절체절명의 현실을 망각한 체
욕망에 취해 의식 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우리 인생을 꼬집고 있다.
내 눈앞에 펼쳐있는 모든 것은 곧 내 마음이 그려낸 것 이라 했다
마음이란 모든 것을 감쌀 정도로 크기도 하지만 바늘구멍하나
찔러 넣을 수 없이 옹졸하기에 극락과 지옥이 모두 이 맘속에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을 부초처럼 떠밀려 다니며
의식 없이 보네고 있는 현대인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좀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네 인생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으며,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영원해 보이는 달콤함도 한때였는데, 혹, 지금도 집착에 빠진 채
망상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혜안(慧眼)으로 살피라는 가르침으로 보인다.
‘안수정등’은 살벌한 현실에 내몰린 한 남자를 통해 내일 앞 어찌 될지도 모르는
인생의 시간을 망각 한 채 작은 것을 탐하며 사는 어리석음을 벗어나
순간순간 최선으로 살아라 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