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구정스님 (九鼎) -나도 모르는 것이 있다.
<광덕사- 대구 달성>
젊은이가 공양간의 솥을 걸고 있고, 그 옆에서 한 스님이 잘못 솥을 걸었다고 손사래 치는 그림이다,
▮ 야!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가르침을 받고자 무염스님을 찾아오게 되는데.
스님은 젊은이의 결의를 확인하기 위해 부엌아궁이 솥을 거는 일을 시키는데 온갖 트집을 잡으며, 같은 일을 다시 또다시 시키고 있다.
그래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솥을 걸고 허물어뜨리기를 반복하는 젊은이의 모습에.
무염스님은 젊은이의 구도심을 인정하고 결국은 제자로 받아드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무염스님은 재자로 받아들인 젊은이에게 솥을 아홉 번 고쳐 걸었다는 뜻에서 구정(九鼎)이라 법명을 내린다.
이야기에서는, 참 스승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스승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믿고 배우려는 마음 또한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배움이란 ‘ 나도 모르는 것이 있다’라는 알아차림에서부터 시작된다는데.
이는
컵 속에 새로운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전에 있던 물은 미련 없이 비워야 한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진리를 기억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정스님’의 사례에서는 똑 같은 일을 아홉 번이나 참아내는 인욕을 통해서
내가 안다고 하는 생각부터 먼저 내려놓고 비울 때, 비로소 배움에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를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
모 방송에 나온 어느 초딩에게 사회자가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를 묻자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조언은 더 기분 나빠요 ~
나이가 어리나 나이가 드나 간섭하는 말은 모두 싫어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조언은 듣고 싶어 돈을 줘서라도 적극적으로 찾아갈 때도 있다.
그럼 비슷해 보이는 두 가지 말속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조언이라 하면,
내가 돈을 내서라도 정답을 찾고자 위안을 받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라 할 수 있는데.
점집에가서 내 미래의 운명에 대하여 얘기를 듣고 싶고,
의사를 만나 내 건강이 좋은 지 아닌지를 확인받고 싶고,
교육 카운슬러에게는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교가 어디인지 조언 받고 싶다..
내가 알고 싶은 것에는, 돈과 시간을 내서라도 알고 위안이라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 대상의 화법에서는 아주 객관적인 3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결국, 듣기 싫은 잔소리도 조언이 될 수 있는 필수조건은 타이밍과 기다림인데.
내가 상대를 위해 조언(助言)을 하고 싶다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인내해야하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그 타이밍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상대에게 조언으로 포장한 말로 내게 다가오듯이,
누구나 상대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기 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것도 간절히....
그러나, 나의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사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나 역시 말을 아끼려 애써 보지만, 자기 이야기에 너무도 열중인 상대의 이야기를 너무 오래 듣고 있다 보면
돌부처가 돼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모아보는 구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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