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벽화이야기 - 등에서 자라는 나무
사물(四物)에 대하여
옛날 어느 절에 덕이 높은 스님이 제자 및몇 사람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제멋대로 생활하며
계율에 어긋난 속된 생활을 일삼았다.
그러다 마침내 몹쓸 병에 걸려 그만 죽었다.
죽은 뒤에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는데,등에 커다란 나무가 솟아나서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다.
하루는 그 스승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려는데,
등에 커다란 나무가 난 물고기가 뱃전에 머리를 들이대고 슬피 우는 것이었다.
스님이 깊은 선정에 들어 물고기의 전생을 살펴보니,
그 물고기는 바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일찍 병들어 죽은 자신의 제자로 살아서.
행한 생활의 과보로 고통받는 모습이었다.
스승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제자를 위하여 곧 수륙천도재를 베풀어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날 밤 그 스승의 꿈에 물고기가 되었던 제자가 나타났다.
제자는 스승의 은혜를 감사드리며 다음 생에는 참으로 발심하여 공부할 것을 다짐하고는,
이어 자신의 등에 난 나무를 베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부처님 앞에 매달아 놓고 쳐 주기를 부탁하였다.
그 소리를 들으면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며,
또 강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에게는 해탈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것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스승은 그 부탁을 따라 나무를 베어 물고기의 모양을 딴 목어를 만들었다.
그 뒤로 그것은 차츰 쓰기 편리한 둥근 목탁으로 변형되어.
예불이나 독경을 할 때를 비롯하여 여러 행사에 널리 사용되는 중요한 법구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큰 사찰에는 대개 종각이 있다.
종각에는 네 가지의 법구가 갖추어져 있는데,쇠로 된 범종과 가죽으로 만든 커다란 법고와
구름 모양의 운판과 물고기 모양의 목어가 바로 그것들이며 이를 일러 사물이라 한다.
범종을 올리는 것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지옥 중생들의 해탈을 기원하기 위함이요,
큰 북은 네 발 달린 온갖 짐승의 무리를 제도하기 위함이며,
운판은 날아다니는 날짐승과 모든 곤충의 안락함을 위한 것이며,
목어는 물 속에 사는 생물의 구원을 위하여 두드리는 것이다.
사물을 치고 듣는 불자들은 그래서 다음과 같이 발원한다.
“이 소리를 들으면 생명으로 태어난 사람들과 짐승 미물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깨달음의 길에 올라 괴로움에 서 벗어나게 하소서.”
이 사물의 올림은 곧 못 중생의 행복과 해탈을 기원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자비의 소리인 것이다.
팔공산인 감고사지기 보명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