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부설거사의 도력
신라 선덕여왕 때 부설거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원래는 어려서 출가한 스님이었습니다.
부설거사에게는 출가시절에 영조, 영희라는 두 도반이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지리산, 천관산 등 여러 곳을 다니며 수행을 했었는데,
하루는 오대산으로 수행하러 갈 때였습니다.
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지금의 전북 김제에 있는 어느 집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 집에는 묘화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벙어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딸이 부설의 법문을 듣고 드디어 말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묘화라는 여인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이제는 스님을 사모하고 있으니,
자기와 혼인하지 않으면 목숨을 끊겠다고 위협하는 것입니다.
부설은 자신이 승려임을 내세워 거절했으나,
그 부모도 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설스님은 생명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보살의 자비심으로 그 여인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환속한 부설을 뒤로 하고 두 스님은 다시 수행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두 스님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옛 도반과 헤어졌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두 스님은 이제 거사가 된 부설의 집에서 하루 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밤새도록 두 스님은 그동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부한 자랑을 하는지라,
부설거사는 물병을 꺼내 도력을 시험해 보자고 합니다.
병에는 물을 가득 담아 처마에 매달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병을 깨서 물이 흘러내리는지 아닌지로 서로의 도력을 겨뤄보기로 한 것입니다.
두 스님이 먼저 작대기로 병을 때리자 병이 깨지면서 물이 그대로 땅에 쏟아졌습니다.
이번엔 부설거사가 물병을 힘껏 내리치자 병은 깨졌지만
물은 허공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비록 환속하였으나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탓에 도력이 두 스님을 능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설거사가 물병으로 시험하고자 한 것도, 병이 깨지는 것으로 공空의 이치를 알려준 것입니다.
병이 깨지면서 물이 땅에 쏟아졌으니,
아직 두 스님은 공을 이치로만 헤아릴 뿐 생사의 경계를 뛰어 넘지 못했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부설거사의 가르침에 두 스님은 매우 크게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수행을 자랑하던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둘은 부설거사에게 지지 않을 각오로 더욱 열심히 정진하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