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1. 원효대사의 해골물.
사찰 벽화이야기 고승이야기 1. 원효대사의 해골물.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지도 약 2,600여 년이 흘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기佛紀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것만으로도 매우 위대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불교가 보편적 진리인 종교로서 자리매김 해 온 것을 그 기원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법을 이은 제자들, 즉 뛰어난 고승들이 쉼 없이 출현했기에 지금의 불교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고승高僧이란, 높은 학덕과 수행을 바탕으로 중생을 제도하셨던 스님을 일컫습니다. 불법과 교학을 발전시켜 제자들에게 귀감이 되며 한 종파를 이끄시는 스승이었고, 백성들에게는 참된 수행의 실천으로 자비를 베풀어 정신적 귀의처가 되었습니다. 때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몸소 구국의 정신으로 수 많은 생명을 구제하시는 등 고승들은 모두가 부처님의 화신이셨던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참된 진리가 면면히 전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래 각 종宗의 조사祖師께서 계셨고, 수 많은 고승들의 법력이 도도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승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스님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르침을 얻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바른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 원효대사가 마신 해골물
원효대사는 신라 말기의 고승입니다. 그는 많은 저술과 중생제도의 보살행으로 한국 불교사를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남긴 인물입니다. 스님이 34세 때 가장 친한 벗인 의상스님과 함께 불교의 참된 가르침을 얻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길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은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넓은 들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억수 같은 소낙비가 내렸습니다.또한 해는 저물어 사방이 캄캄해 주위에는 비바람을 피할 만한 곳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온몸이 비에 젖은 채 지쳐갈 무렵 간신히 비를 피할 만한 조그만 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두 스님은 굴에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잠을 자던 원효스님은 심한 갈증에 눈을 떴습니다. 옆에 있는 의상스님은 여전히 깊은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이리 저리 물을 찾던 스님은 마침 낡은 바가지에 빗물이 한 가득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물을 마시니 목이 심하게 말랐던 탓인지 정말 꿀맛보다 달았습니다. 그렇게 갈증을 해결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의상스님이 눈을 떠보니, 간밤에 두 스님이 동굴이라고 들어와 잠을 잔 곳이 사실은 묘지에 난 큰 구덩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스님들 곁에는 뼈 무더기와 해골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원효스님을 깨웠습니다. 원효스님은 그제야 간밤에 본인이 마신 물이 낡은 바가지가 아니라 해골에 고였던 빗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심한 구역질이 일어나며 뱃속의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원효스님은 깨달았습니다.
'아, 마음이 일어나면 여러 가지 법이 생겨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해골과 바가지가 둘이 아니구나.'
원효스님은 의상스님에게 말했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삼계三界가 오직 마음 뿐이라 하였는데, 내 마음이야 당나라에 가나 고국으로 돌아가나 항상 그 마음이 그 마음인 것을!"
이 깨달음을 통해 원효스님은 당나라 유학을 그만두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의상스님 혼자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