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부모님 크신 은혜
수미산 백 천 번 돌아도 부모 은혜 못 갚아
안성 삼봉사 법당 내부에 그려진 <불설부모은중경>벽화의 한 장면.
효(孝)는 백 가지 행실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된 불교는 중국의 정신을 수용하면서 효사상도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과정에서 〈불설부모은중경〉은 불교의 효 사상을 담은 경전으로 널리 유통되어 왔다.
‘나 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되는 ‘어버이 은혜’ 노래가사는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은 이 가사의 내용 모두가 바로
〈불설부모은중경〉에 나오는 부모님의 은혜다.
경전에 나오는 부모님의 열 가지 은혜는 다음과 같다.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몸에 실어 보호 해주신 은혜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나를 낳으실 때 고통을 마다 않으신 은혜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자식 낳은 뒤 근심 고통 모두 잊어버리시는 은혜
△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뱉어 먹여주신 은혜
△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진자리 마른자리 가려주신 은혜
△유포양육은(乳浦養育恩)-젖먹이고 길러주신 은혜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깨끗하지 않은 것을 씻어주신 은혜
△원행억념은(遠行億念恩)-먼 길 떠나면 돌아오도록 걱정 해주시는 은혜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자식을 위해 궂은 마다하지 않으신 은혜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자식을 위한 은정은 끝이 없으신 은혜.
경전은 이 열 가지 은혜를 항상 생각하고 보답해 드리고자 노력하면서 살아 갈 것을 가르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열 가지 은혜는 잘 알고 있지만 실천에는 인색하다.
부처님은 〈불설부모은중경〉에서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이 부분도 열 가지 은혜 못지않게 널리 알려져야 마땅하지만 사람들은 열 가지의 은혜만 기억하지 않는가 싶다.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부처님 말씀을 들어 보자.
“그대들은 잘 들어라.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해 알아듣기 쉽게 설해 주리라.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태우고
살갗이 닳아서 뼈가 드러나고 뼈가 닳아서 골수가 드러나도록
수미산을 백 천 번 돌아도 부모의 깊은 은혜를 다 갚지 못하리라.
가령 어떤 사람이, 흉년을 만나 부모를 위해 자신의 몸을 티끌처럼 잘게 다져서 공양하기를
몇 천 겁 동안 한다 해도 깊은 부모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하리라.
가령 어떤 사람이, 자신의 눈동자를 예리한 칼로 도려내서
부모님을 위해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백 천 겁 동안을 한다 해도
깊은 부모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하리라 ….”
어떻게 보면 섬뜩할 정도의 내용이다.
그만큼 부모님의 은혜는 큰 것이고 다 갚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쩌면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천태종의 사찰들에 많이 그려지는 벽화 가운데 하나가 이 〈불설부모은중경〉의 내용이다.
부처님이 뼈 무더기를 향해 절을 하는 장면,
열 가지의 은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고
은혜를 갚기가 어려움을 설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한다.
안성 삼봉사 법당의 내벽에는 〈불설부모은중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벽화가 가득하다.
열 가지 은혜와 경전을 설하신 배경은 물론 은혜 갚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표현한 그림들이다.
여기 제시한 그림은 바로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태우고
살갗이 닳아서 뼈가 드러나고 뼈가 닳아서 골수가 드러나도록
수미산을 백 천 번 돌아도 부모의 깊은 은혜를 다 갚지 못하리라’는 대목을 그린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여러 기념일이 있지만 그 어느 날보다 소중한 날이 어버이날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부모 없이 어떻게 이 세상에 왔겠는가?
일 년에 단 하루라도 뼈에 사무치도록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해 본다면,
나머지 날들이 행복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