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팔상도
부처님 생애와 불교 기본교리 이해하는 지름길
◇상주 청룡사 대웅보전 외벽의 ‘팔상도’ 중 ‘비람강생상’. 경전의 내용을 충실히 묘사한 벽화다.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의 사찰은 연등을 만들고
장엄등을 손질하는 등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인의 탄생을 기리는 대축제인 초파일.
이날 모든 불자들은 부처님이 사바 중생계에 오신 참뜻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온 이유?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일체개고(一切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라는
탄생게가 그 이유를 설명한다.
부처님은 이 우주공간에 가장 존귀한 분으로서 일체중생의 모든 고통을 없애 편안케 하리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전지전능의 신격(神格)을 갖춘 존재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여기서의 유아독존은 부처님 자신을 표현한 것임과 동시에 일체중생을 말하는 것이다.
즉 모든 생명을 가진 중생이 유아독존이고 마땅히 편안할 수 있다는 선언이 탄생게인 것이다.
그래서 탄생게를 인간존엄의 선언, 생명 평등과 자유의 선언이라고 해석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모든 중생이 다 부처’라는 말일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대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위대한 가르침을 남긴 부처님의 삶 역시 한 편의 위대한 드라마다.
80년에 이르는 삶의 과정을 중요한 사건에 따라 8가지로 나누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 팔상도(八相圖)다.
그러므로 이 팔상도를 이해하면 부처님의 생애를 이해하고 부처님의 생애를 이해하면 불교를 이해할 수 있다.
문자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글을 잃을 줄 모르는 사람이 많던 시절에는
그림을 통해 교리나 경전의 내용을 전달하려 했다.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붙인 것을 변상도(變相圖)라고 한다.
팔상도 역시 일종의 변상도 개념에 속한다.
팔상도는 변상도나 벽화로도 그려지지만, 팔상도를 모시는 전각도 있다.
팔상도를 모시는 전각을 영산전이라 한다.
팔상도의 처음은 ‘도솔래의상(儀相)’이다.
도솔천에서 부처님이 사바세계로 내려오는 장면이다.
부처님은 흰코끼리를 타고 있는데 길상(吉祥)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으로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는 장면이다.
거의 모든 경전이 이 상황을 왕족의 출생을 의미하는 옆구리로의 출생 장면,
사방 일곱 걸음을 걸으며 게송을 외치는 장면,
아홉 마리의 용이 나타나 아기부처님을 씻어 주는 장면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신화적 요소가 강하지만 그 장면들이 갖는 상징은 크다.
위에 보인 장면은 경북 상주 청룡사 대웅보전 외벽에 그려진 팔상록의 ‘비람강생상’이다.
아기 부처님을 호위하는 호법 신장들과 왕비일행 그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어났다는 연꽃,
물을 뿜어 아기부처님을 씻기는 아홉 마리의 용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세 번째는 4대문을 나가 삶의 고통을 느끼고 인생의 유한성에 회의를 품는 ‘사문유관상(四門游觀相)’이고
네 번째는 성을 넘어 출가를 단행하는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이다.
다섯 번째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수행하는 6년여의 행적을 상징하여
앙상한 뼈만 남은 고행상으로 묘사된다.
여섯 번째는 홀로 명상에 들어 안팎에서 일어나는 번민과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마왕과의 싸움으로
묘사한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그 다음으로 성불이후 다섯 비구를 찾아가 첫 설법을 하는 ‘녹원전법상(鹿園傳法相)’과
열반에 들어 육신으로서의 삶을 마감하는 장면을 대표하는 ‘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으로 이어진다.
부처님의 생애는 그 자체가 지극한 교훈이고 우주만물의 이치를 설명하는 교본이다.
팔상도는 부처님 생애에 담긴 불교의 고갱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천태종 사찰에서 중요한 벽화의 소재로 삼고 있다.
화가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그 내용은 〈불본행경〉 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