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마음의 눈으로 본 세상, 아나율존자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고향으로 돌아와 석가족의 여러 친족을 위해 법문을 들려주셨습니다.
설법을 마치자 많은 석가족이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십대 제자 중에서도 아난, 라훌라, 아나율 등이 석가족 출신입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시는데 아나율이 졸고 있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나율을 호되게 꾸짖는 것입니다.
"너는 수행하는 사문으로 그렇게 잠이 많느냐. 아까도 설법을 들으면서 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나쁜 버릇을 당장 고쳐야한다. 마치 한 번 잠이 들면 천 년을 깨지 않는 조개와 같구나. 어찌 수행하는 사문이라 할 수 있겠느냐?"
대중들 앞에서 부처님께 야단을 맞으니,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나율은 즉시 부처님 앞에 꿇어앉아 합장하고서 맹세했습니다.
"지금부터 몸이 문드러지더라도 결코 여래 앞에서 졸지 않겠나이다."
사실 부처님은 잠이 많고, 졸음이 많은 아나율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방편으로 심한 말씀을 한 것입니다. 결국 그날 이후 아나율은 부처님께 약속한 것처럼 아예 잠을 자지 않은 채, 뜬 눈으로 정진을 했습니다. 그렇게 석 달을 피눈물 나도록 수행하다가 결국 아나율은 앞이 안 보일 지경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아나율을 불러 수행이란 지나치게 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타이르셨지만, 아나율은 여래 앞에서 한 맹세를 결코 어길 수 없다며 계속 잠을 자지 않고 정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나율은 눈앞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더니, 이제껏 눈으로 볼 수 없던 세상 곳곳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하늘과 땅, 지옥계에서 천상계에 이르는 온 우주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천안天眼이 열린 것입니다.
한 번은 시력을 잃게 된 아나율을 위해 부처님께서 바느질을 해주신 적도 있었습니다. 비록 아나율이 천안을 얻었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일생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헤진 옷을 깁고자 바느질을 하려 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다보니 도저히 바늘에 실을 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아나율은 혼잣말처럼 소리쳤습니다.
"누구든 이 세상에 복을 지으려는 자가 있다면, 나를 위해 이 실을 꿰어주어 공덕을 지으시오."
바로 그 순간 대답이 들려 왔습니다.
"그 실과 바늘을 내게 다오. 나에게 공덕을 짓게 해다오."
바로 부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너무 놀라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있는데, 부처님은 아나율의 손에 쥔 바늘과 실을 받아 손수 옷을 기우며 아나율과 대중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괜찮다. 이 세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나보다도 더 열심히 공덕을 지으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미 세상의 모든 깨달음을 얻어 지혜와 자비를 베푸시는 부처님께서 또 무슨 공덕을 지어 복을 구하신다는 것인지, 부처님 말씀에 아나율과 다른 제자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라도 꾸준히 공덕을 지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제자들은 저절로 환희심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나율에게 지은 공덕은 한 순간 모든 대중들의 마음에 감격어린 행복으로 다가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