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불법을 수호하는 하늘 왕 (사천왕)
불교의 우주관 三界(欲界, 色界, 無色界)
하늘나라 천상은 28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의 셋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는 욕계의 지상에 살고 있습니다. 욕계란 몸과 마음에 번뇌가 있는 욕망의 세상을 의미합니다.
색계란 마음에 모든 욕망과 번뇌가 사라진 선한 사람들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그 위로 몸도 마음도 모든 욕망과 번뇌가 사라진, 순수한 정신의 세계인 무색계가 있습니다.
천상세계를 나타낸 그림을 보면, 수미산 중턱에 사왕천이 있으며, 그 위에 도리천을 비롯한 나머지 27곳의 하늘이 있습니다. 즉 사왕천은 28천 가운데 가장 아래에 있으며, 네 분의 천왕이 다스립니다.
인간세상과 맞닿은 하늘이므로, 천왕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상의 중생들을 내려다봅니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부처님의 도량을 수호하시는 것입니다.
대개 사찰입구에 천왕문을 세우고 네 분의 천왕을 모두 모시게 되지만, 부처님을 그린 탱화에서도 네 귀퉁이에 부처님을 수호하는 천왕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법당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벽화에 직접 그리기도 합니다.
네 분의 천왕은 동방 지국천왕, 서방 광목천왕, 남방 증장천왕, 북방 다문천왕을 말합니다.
< 동방 지국천왕 >
지국천왕은 동방을 수호합니다. 손에는 큰 칼을 쥐고 부처님의 나라, 불국을 지키겠다고 서원하였기에 지국持國천왕이라 부릅니다. 천왕문 앞에 서보면 지국천왕은 발아래로 악귀들을 밟고 서있으며, 두 눈을 무릅뜬 위엄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천왕을 처음보는 사람들은 큰 위압감을 느끼게 됩니다.
< 서방 광목천왕 >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있다고 하여 광목廣目입니다. 무기로는 주로 한 손에 삼지창을 들고서 온갖 삿됨을 물리치고, 다른 한 손에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탑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동서남북의 사방에서 각각 부처님의 도량을 수호하는 천왕들 가운데, 서쪽의 광목천왕은 커다란 두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눈꺼풀 한 번 꿈적이지도 않고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삿된 무리들이 특히나 서쪽으로는 함부로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입니다.
광목천왕은 크게 뜬 두 눈으로 중생의 마음도 낱낱이 살핍니다. 만약 우리의 마음에 삿된 생각이 남아있다면, 들고 계신 삼지창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불자들이 부처님을 뵈러 갈 때는 항상 바른 마음가짐을 지녀야합니다.
< 남방 증장천왕 >
남쪽에 계신 증장천왕은 손에 용을 쥐고 있거나, 여의주를 들고 있습니다. '여의如意'란 모든 것이 뜻대로 이뤄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여의주란 생각하는 소원을 모두 이루어주는 구슬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손오공이 등장하는 만화에서는 소원을 얻기 위해 용구슬을 모으려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이 천왕의 이름이 '증장增長'입니다. 이 말은 더욱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증장천왕의 능력으로 불자의 선한 마음이 더욱 자라게 되고, 수행력도 더 깊어지게 됩니다. 천왕문에 올라 사천왕 앞에 섰을 때, 불법을 수호하는 천왕들에게 정성스럽게 합장인사를 올리고, 자신의 소원을 꼭 들어달라고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면 혹시라도 증장천왕의 손에 쥔 여의주가 신비한 힘을 보여줄지도 모릅니다.
< 북방 다문천왕 >
하얗고 긴 두 눈썹과 수염을 날리며, 비파를 연주하시는 분이 다문천왕입니다. 다문多聞이라면 다문제일 아난존자가 떠오릅니다.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들었다는 의미로 다문제일이라 불렀던 분입니다.
다문천왕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불법을 수호하면서 부처님의 법문을 누구보다 많이 들으신 분입니다. 더구나 중생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천상의 소리에 담아 자상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법음을 들려주고 계신 분이 다문천왕입니다.
네 분의 천왕은 그 형상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한 중생에게는 마치 아버지처럼 자상하시고 인자한 분들이므로 절대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서운 얼굴로 중생들의 행동과 마음을 바라보는 천왕들이기에 스스로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다면 전혀 두려울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천왕문에서 사천왕을 만나면, 스스로에게 참회할 잘못이 남아있는지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