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관세음보살의 위신력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온갖 고난서 구원”
봉화 보양사는 원래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에 있었습니다.
1970년에 총본산 구인사의 총무원 건물을 해체한 목재들로 재건축하여 나름 의미가 큰 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세 가 신장하고 읍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봉화 읍내에 인접한 내성리로 옮겼습니다.
현재의 보양사는 2012년 10월 9일에 낙성됐는데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좌우 계단 중 왼쪽 계단 옆 벽면에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을 나타내는 벽화가 있습니다.
이 벽화의 근거는 〈법화경〉의 제25품인 ‘관세음보살보문품’입니다.
보양사 벽화는 화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매우 역동적입니다.
먼저 오른쪽에서 흉악한 생김새의 남자가 손에 칼을 들고 눈을 부라리며 여인을 향해 서 있고,
겁에 질린 여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칼로 위협하는 남자를 피해 낭떠러지로 떨어집니다.
여인의 발이 낭떠러지의 모서리에서 막 떨어지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립니다.
그런데 그 여인의 몸 아래로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게 그려진 손이 보입니다.
손의 크기가 여인의 몸집만하여 충분히 여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손의 색이 금색이니 분명 관세음보살의 ‘천수’일 것입니다.
또 화폭의 왼쪽에는 관세음보살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도상만으로 이 그림이 설명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험에 처한 여인을 관세음보살님이 구해 주시는 장면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 그림을 신앙적으로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세음보살보문품’(이하 보문품)을 알아야 합니다.
무진의 보살과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화 형식으로 설해지는 보문품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과 33관음의 호응 등 관음신앙의 대의와 공덕을 설하고 있습니다.
관음신앙의 근거인 보문품을 〈법화경〉의 한 ‘품’에서 ‘경’으로 격상하여 따로 ‘관음경’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관음신앙이 보편화 되어 있으며 신앙적 가치가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무진의 보살이 부처님께 여쭙습니다.
“부처님이시여. 관세음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합니까?”
이에 부처님의 답은 에둘러 가지 않고 바로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을 설명합니다.
▲ 봉화 보양사 벽화. 도장난(刀杖難)을 당한 여인이 관세음보살의 구원을 받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선남자여. 만일 한량없는 백 천 만 억 중생들이 온갖 괴로움을 받을 적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일컬으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관찰하고 모두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
이렇게 시작되는 부처님의 말씀은 관세음보살을 일심으로 부르면 우선 일곱 가지 재난을 벗어나고, 삼독(三毒)을 여의게 되고, 자녀를 얻게 된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일곱 가지 재난은 물, 불, 바람, 칼, 몽둥이, 족쇄, 도둑 등으로 곤경에 빠지는 것입니다.
보양사 벽화에서 칼을 든 도적을 만나 위협을 받는 여인은 지극한 마음으로 관음기도를 열심히 하는 불자입니다. 그래서 그 위험한 지경에도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는 것이며, 그 부름에 응답하여 관세음보살이 자비의 손으로 여인의 몸을 받아 안전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물과 불, 바람 등 자연재해를 비롯한 다른 위험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이 벽화는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보문품의 내용대로라면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일심이라는 ‘조건’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목청을 높여 관세음보살을 부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마음은 지극해야 하고 산란함이 없어야 합니다. 삼매(三昧)에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타력’에 의한 구원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자력’에 의한 해탈의 실마리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음정근을 하더라도 입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하여 삼매에 들었을 때 관세음보살의 진실한 위신력과 공덕을 자기화 할 수 있습니다.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은 일체중생이 보살의 서원을 세우고 그 성취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것을 기저(基底)로 삼습니다.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른다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천수천안의 대자대비를 길러 그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