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부처님 제자 Ⅰ. 십대제자 이야기 1.
사찰 벽화로 배우는 부처님의 지혜
Ⅰ. 십대제자 이야기
- 바라문 스승을 버린 출가인연, 사리불존자
- 천상과 지옥을 다녀오다, 목련존자
- 연꽃을 전한 부처님 마음, 가섭존자
- 바느질로 만든 공, 수보리존자
- 법을 전하는 마음가짐, 부루나존자
- 마음의 눈으로 본 세상, 아나율존자
- 말이 아닌 지혜로 논의, 가전연존자
- 내 마음 속이지 않는 것이 계율정신, 우바리존자
- 부처님의 훈계, 라훌라존자
- 벼랑 끝에 올라선 아난존자
부처님에게는 뛰어난 제자들이 많았습니다. 『유마경維摩經』에서는 그 가운데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열 분을 십대제자라고 불렀습니다. '부처님은 어떤 분이셨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바로 이 분들의 모습을 모두 합하면 중생들의 눈에 비친 부처님의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갖춘 지혜제일智慧第一 사리불
제자 가운데 신통력이 가장 높으신 신통제일神通第一 목건련
출가자의 수행에 엄격한 본보기가 되셨던 두타제일頭陀第一 가섭
공空의 이치를 가장 잘 깨우친 해공제일解空第一 수보리
뛰어난 설법으로 가르침을 잘 전하신 설법제일說法第一 부루나
깊은 통찰로 세상을 두루 잘 살피던 천안제일天眼第一 아나율
넓은 학식으로 토론에 뛰어났던 논의제일論議第一가전연
계율을 철저히 지켜내신 지계제일持戒第一 우바리
누가 보지 않더라도 행동과 마음가짐이 올바른 밀행제일密行第一 라훌라
부처님의 법문을 가장 많이 듣고 익힌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
십대제자는 각각 부처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부처님의 모습을 본 받아 수행이 뛰어나셨던 분들입니다. 십대제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배우게 되면, 우리도 부처님의 모습에 점차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 바라문 스승을 버린 출가인연, 사리불존자
부처님의 첫 번째 제자는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인 오비구五比丘입니다. 그들은 한 때 수행자 시절의 부처님과 같이 수행했던 도반이었는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후 제자가 되었습니다. 다섯 비구 가운데에는 마승(馬勝, Assaji 앗사지)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마승비구가 탁발을 갔다가 사리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사리불은 육사외도六師外道 가운데 산자야라는 분을 스승으로 모시는 제자였습니다. 사리불은 그때까지 부처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백 명의 후배들이 있을 만큼, 산자야 아래에서도 높은 지위의 수행자였습니다.
마승비구는 이미 녹야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아라한이 되신 분입니다. 그의 기품은 남달랐습니다. 훌륭한 몸가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습니다. 사리불도 마승비구를 보는 순간 성자다운 그의 기품에 탄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아라한의 도를 갖춘 자가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는 누구에게 출가했으며, 누구를 스승으로 모시고 어떤 가르침을 따르고 있을까 ...'
사리불은 마승비구에게 솔직한 마음 그대로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그 분은 저희들에게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승비구는 그 동안 배웠던 부처님의 가르침들을 사리불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마승비구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리불은 마승비구의 말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순간 눈 앞이 밝아지며, 그 동안 자기가 찾던 모든 해답을 부처님께서 알려 주실 것이라는 기쁨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아 그 동안 나는 부질없는 시간을 보냈구나. 나도 부처님을 찾아뵙고, 그 분의 제자가 되어야겠다.'
그 당시 사리불은 산자야 문하에서 절친한 친구인 목건련(목련존자木連尊者)과 함께 수행중이었습니다. 사리불은 목건련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며, 이 곳을 떠나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겠다는 심정을 털어 놓았습니다.
"친구여, 드디어 나는 진정한 스승을 찾은 것 같네. 그 동안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으나, 나는 아직 진리를 찾지 못하였네, 이제 부처님을 만나 세상의 참된 진리를 얻으려 하네."
하지만 목건련은 사리불을 막아서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사리불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목건련도 친구인 사리불을 따라 함께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 곳을 떠나기로 정했습니다. 세상에 부처님이 출현하셨다고 합니다. 그 분에게 진리의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이제 스스로의 길을 걷기 바랍니다."
스승과도 같았던 사리불과 목건련의 선언에 오히려 두 사형을 신뢰했던 다른 수행자들은 그들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사리불과 목건련은 250여 명의 수행자를 데리고 부처님께서 계신 죽림정사로 찾아갔습니다.
"길을 열어주어라. 저기 훌륭한 두 제자가 찾아오고 있구나."
사리불과 목건련 두 제자는 모두가 신통력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리불은 지혜 또한 뛰어나 신통의 힘을 지혜롭게 잘 사용하셨기에 부처님의 인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쓸데없는 신통력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므로, 함부로 보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 번은 기원정사를 건립했던 수닷타장자가 이 나라에서 절을 지으려면 왕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부처님 제자의 도움이 필요하니 누구를 좀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자, 부처님께선 사리불을 보냈습니다.
사위성에 도착한 사리불은 왕이 내세운 외도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노도차勞度差 도인과 신통을 겨루었습니다. 왕은 자신의 뛰어난 도인들과 신통대결에서 이기면 절을 짓도록 허락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의 신통대결이 시작되자, 먼저 노도차가 신통을 부려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큰 연못을 만들어 보였습니다. 그러자 사리불은 커다란 코끼리를 만들어 연못의 물을 모두 마셔버리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노도차가 다시 거대한 산을 만들자 사리불은 금강력사를 불러와 산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또 노도차가 무시무시한 용을 만들자 사리불이 금시조라는 새를 만들어 용을 잡아 먹어버리게 하였습니다.
결국 화가 난 노도차는 스스로 야차로 변해 사리불을 해치려고 하는데 사리불은 거대한 신장으로 변하여 야차로 변한 노도차를 밟아 버렸습니다. 그러자 노도차는 사리불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며 용서를 빌었고, 이렇게 사리불은 외도들을 신통력으로 제압해 버리자, 왕은 부처님의 제자들에게 감복하여 기원정사의 건립을 허락하게 되었습니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될 당시 이미 부처님보다 나이가 더 많았습니다. 이후 부처님 제자들 중에서 다른 비구들을 잘 이끌어 주던 사리불존자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몇 달 전 부처님보다 먼저 열반에 들었습니다. 수행이든 공부든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잘못된 방법이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성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돌아 나와야 합니다. 헤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아까울 뿐입니다. 불교의 수행에서도 택법각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혜로써 바른 가르침만을 선택하고 그릇된 가르침은 버리는 것입니다.
사리불과 목건련은 비록 잘못된 스승을 만났으나, 진리의 부처님을 알게 되는 순간 그동안의 인연과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그릇된 가르침을 버리는 결단을 보였습니다. 항상 바른 마음으로 생활하면, 반드시 좋은 인연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 사리불처럼 현명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