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교족정진 (翹足精進) - 벼랑 끝에 선 아난
<송광사- 전남 순천>
‘아난’이 절벽 끝에서 까치발을 한 채 불안스럽게 서 있는 그림이다. 사찰의 대표적 벽화 중에서 부처님의 제자 ‘아난’이 절벽 끝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의 ‘교족정진’이라는 벽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교족정진(翹足精進)의 교족이란 ‘발뒤꿈치를 올렸다’라는 뜻으로 아난스님의 굳은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아난’은 석가모니의 4촌 동생이기도 하며, 석가모니 55세 때 시자로 들어와 임종할 때까지 25년간 항상 가깝게 있었을 뿐 아니라 잘생기고 머리까지 뛰어나 그를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 불렀다. 그런 화려한 조건의 그가, 왜 아무도 없는 한적한 절벽 끝에서 홀로 남겨져 있는 걸까? 자만(自慢)이 넘치면 자기세계에 빠져 자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자아집착에 처하게 된다. 석가모니가 열반에든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교단의 500의 제자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후세에 전할 방법을 상의하기 위해 모였는데, 불행하게도 ‘아난’은 자아집착이 심하여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 할 수 없었기에. 이처럼 백척간두에 절벽 끝에 홀로 남겨 있는 모습이다.
▮ 아난, 가섭에게 ‘깨달음’을 묻다.
자신이 500제자 모임에도 들지 못함에 크게 상심한 ‘아난’은 부처의 수제자(首弟子)인 ‘가섭’을 찾아가서 그에게 답을 구하게 된다,
‘가섭’은 문밖을 가르치며 ’저 당간대(幢竿臺)를 꺾어 버려라!’ 라며 말한다. ‘아난’은 그 말뜻을 알아차리기 위해, 홀로 아무도 찾지않는 가파른 절벽에 올라 7일간이나 그가 던진 화두(話頭)를 절박하게 파고들고 결국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유혹과 마장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벼랑 끝으로 자신을 내 몰아 절대 절명의 마음을 걸듯 결연한 의지에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는 힘이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간대란 집단을 상징하는 기를 올리는 장대로, 그 절을 상징하는 깃발을 높이 올리는 장대로서, 그 절의 얼굴이자 자긍심이다.
나는 너보다 더 높은 곳에 있고, 나는 너보다 더 많이 안다는 자만의 생각이 결국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는데 장애가 되어버린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은 남으로부터 보고 들었던 과거의 ‘지식’일 뿐인데, 그것으로 인해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의 말문을 잘라 놓고 내 말에 열중 하느라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면 나의 지식은 곧 빈곤해 지고 말 것이다.
이처럼, 지혜란 타인으로부터 들었던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는 것(지식)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부터 나오는 영원한 향기이기 때문이다.
아난은 벼랑 끝에서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깨달은 것이다. ‘교족정진’에서는 절벽으로 내몰린 아난을 통해, 지혜의 참 뜻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 거꾸로 보는 교족정진.
부족함 하나 없는 ‘아난’이 깨달음을 위해 자살바위에 올랐다’ ?? 상식적으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꼬꼬무’다. ‘배경’, ‘실력’, ‘외모’ 모두 가춘 완벽한 상남자가 왜 불교 교단의 행사인 500명이나 모이는 1차 결집에 소외되어 아무도 없는 절벽에 혼자 남아 배회하고 있는 것일까. 사찰의 석가모니 불상의 양쪽 협시로 나타나는 가섭과 아난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이질 적인 분위기 만큼이나 서로의 성격도 달랐을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 심원사 불상- 석가모니 협시 >
가섭이 장악 한 초창기 결집행사에 아난이 제외된 이유로, 당시 교단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석가모니가 떠난 후 1대조사(대표)에 등극한 ‘가섭’은 ‘아난’이 아라한과를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 열한가지나 들어가며 아난의 합류를 막았다고 전해 내려오는데.
이유로 열거한 내용을 살펴보면, 아난의 성격은 보수적인 가섭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인 성격임을 여러 곳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자신을 따돌리는 가섭의 행동에 크게 개의치 않는 아난의 개방적 성격이
결국은 이런 절벽 끝에 몰린 듯 한 위기를 잘 수습했을 것이며 결국 교단으로 복귀 하여 가섭에 이은 제2대 조사로 등극 하는데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난이 다시 교단을 장악 하여 세수를 다 할 때 까지 최장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적극적으로 가섭을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구하듯, 나와 다른 남의 생각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아난의 포용력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모아보는 교족정진
<경흥사-경북 경산>
<마하사-부산 연재>
<영화사-서울 광진>
<운문사-경북 청도>
<유하사-경북 안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