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똥 푸는 천민 니디
어느 날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어느 마을에 탁발을 나섰을 때 였습니다.
그 때 똥통이 걸린 지게를 매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요즘이야 재래식 화장실 자체를 보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화장실에 똥이 가득차면 일일이 사람 손으로 치워야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니디Nidhi 尼提'라고 했으며, 신분이 아주 낮은 천민으로 지저분한 몸에 악취가 풍기는 허름한 옷과 얼굴에도 꼬질꼬질 때가 낀 모습으로, 사람들은 그가 근처에 오는 것 조차 싫어했습니다.
뒤 늦게야 부처님 앞에 계신 것을 알아차린 니디는 자신의 허름한 몰골과 더러운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 몸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급히 다른 곳으로 피하다 그만 옆으로 넘어져 똥물을 뒤집어 쓰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부처님과 아난의 가사에도 오물이 튀고 말았습니다.
겁이 난 니디는 양손을 비비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부처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니디에게 부처님은 오히려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다. 어서 일어나라, 니디야. 나와 함께 강물에 가서 몸을 씻자꾸나."
"부처님. 어찌 저 처럼 천한 사람이 감히 함께 가겠습니까?"
자신을 부끄러이 여긴 니디는 부처님의 권유를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니디의 손을 끌고 강가로 데려 가셨습니다. 그리고 니디에게 묻은 오물을 씻어주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니디는 놀라 뒷걸음쳤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니디야, 너는 천하지도 더럽지도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도 않는단다. 네 옷은 더러워졌지만 네 마음은 더할 바 없이 착하구나. 그런 네 몸에선 아름답기 짝이 없는 향기가 나고 있단다. 누구든 스스로를 천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부처님의 자상하신 말씀에 니디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니디야, 출가하여 나의 제자가 되지 않겠느냐?"
"그건 안 됩니다. 미천한 제가 어찌 감히 사문들과 섞일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부처님은 맑은 물 한 움큼을 정수리에 부어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염려마라, 디니야. 나의 법은 청정한 물이니 너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줄 것이다. 넓은 바다가 온갖 강물을 다 받아들여도 여전히 맑고 깨끗한 것처럼, 나의 법은 모두를 받아들여 더러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나의 법에는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남자도 여자도, 피부색의 차이도 없다. 오직 진리를 구하고, 진리를 실천하고, 진리를 얻은 사람만 있을 뿐이란다."
니디는 눈 앞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무릎꿇고 합장하며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 저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부처님은 니디를 기원정사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니디는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니디가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다며?"
"아니, 부처님께서는 왜 그런 천한 자에게 출가를 허락하셨을까?"
"그럼,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청하면 똥 푸던 그 놈도 따라 온다는 말인거야?"
"따라오기만 하겠어? 똥 푸던 그놈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 판이구먼."
부처님께서는 마을 사람들을 잘 타일렀습니다.
"누린내 나는 아주까리도 잘 비벼서 소중한 불을 얻게 되듯이, 마치 더러운 진흙에서도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종족과 신분과 직업으로 출가자의 값어치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지혜와 덕행만이 출가자의 값어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신분이 낮고 천한 직업을 가졌더라도 행위가 훌륭하다면, 마땅히 그 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불교는 모든 중생의 평등을 강조합니다. 특히나 부처님 당시의 인도는 지금보다도 더욱 엄격한 신분제도가 지켜지던 나라였습니다. 인도는 지금도 카스트제도라는 신분제를 관습적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사성제四姓制라고도 부르는 신분제도인 카스트는 종교를 관장하는 브라만Brahman, 왕족과 귀족인 크샤트리아Ksatriya, 상인과 평민인 바이샤Vaisya, 노예 및 천민인 수드라Sudra,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천민보다 더 낮은 신분으로서 불가촉천민인 달리트Dalit(하리잔과 같은 말)등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난 신분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교단에는 신분제도가 없었습니다. 출가자를 신분에 따라 거부하거나 어떠한 혜택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태어남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입장에서 카스드제도를 부정했습니다.
바라문(브라만)이든 수드라든 부처님을 믿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자는 누구라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따뜻한 보호와 가르침 속에서 마치 진흙 속에 감춰진 보석들이 빛을 발하듯 훌륭한 제자들이 수 없이 배출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