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심우도 [인우구망 (人牛俱亡)]
인우구망 (人牛俱亡)
<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는 모두 비어 있으니 푸른 허공만이 가득히 펼쳐져 소식 전하기 어렵구나.
붉은 화로의 불꽂이 어찌 눈雪을 용납하리오 이 경지에 이르러야 조사의 마음과 합치게 되리라.>
소와 사람이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벽화에 텅 빈 원만 있는 것은 사람도 소도 모두 사라진 상태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하나의 원으로 표현하면서 소식 전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최고의 진리, 모든 것을 초월한 진정한 공空의 이치를 말로써 글로써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경지를 얻은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친구들을 데리다 두고 어려운 수학, 과학이나 철학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지 않을까요.
소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본래의 마음을 찾아서 하나가 되긴 했지만, 앞선 망우존인의 그림처럼 동자의 모습이 남아있었던 것은 여전히 번뇌가 남아있고, 내 것이라는 집착이 남아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번뇌와 조금의 생각, 집착도 떨쳐 버릴 수 있어야 참된 진리를 얻게 됩니다. 마치 불이 피어있는 붉은 화로 위로 눈이 내리면, 그 눈은 닿기도 전에 사라지게 될 것이고, 행여 그 눈이 불길을 피해 가마솥으로 들어가더라도 녹지않고 수북이 쌓일 수 없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지혜와 하나가 되어야 온갖 번뇌가 쌓이지 않게 됩니다.
참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 조금의 번뇌라도 남김없이 녹여버리고, 나라는 생각조차 떨쳐버리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 인우구망의 그림입니다. 이 경지가 되어야 비로소 조사祖師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깨우치게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