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벽화이야기 - 불치병을 고치다. 세조와 문수동자.

세조와 문수 동자
조선시대 제7대 임금인 세조는 조카인 어린 단종을 폐위시키고서 왕위에 올랐다.
그 죄에 대한 응보인지 하루는 꿈에 단종의 모후가 나타나 무섭게 꾸짖는 것이었다.
“이보시오, 내 아들이 나이가 어린 탓으로 당신이 섭정을 하고 있었으니
왕과 다름없었을 터인데, 그 어린 것을 왕위에서 몰아내고 귀양까지 보내더니
무엇이 더 부족하여 무참하게 죽여 버렸단 말이오?
왕의 자리가 그리도 탐이 났소?
뭐, 이 더러운 양반아!”
이렇게 말하고는 침을 뱉았다.
세조는 그 꿈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온 몸에 등창이 생겼는데 그 괴로움은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용하다는 의원도 또 신비스러운 영약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세조는 지난 일을 진심으로 참회하였다. 그리고 병을 낮게 하려고 강원도 오대산으로 떠났다.
오대산은 문수 보살이 늘 계시는 영험한 도량인 까닭에서였다.
세조는 오대산 상원사에 머물며 문수 보살께 지극한 정성으로 백일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백일째 되는 날이었다.
몸이 몹시 가려워 견딜 수가 없게 된 세조는 기도를 마친 뒤에 개울에서 목욕을 하였다.
홀로 몸을 씻으면서 누가 등을 좀 밀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개울가의 샛길로 한 동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세조는 손짓으로 동자를 불러 자기의 등을 밀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동자가 기꺼이 응하여 등을 밀어 주는데 가려운 데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목욕을 마친 뒤에 세조가 동자에게 칭찬하며 말하였다.
“앞으로 어디에 가서 행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임금의 옥체에 손을 대고
흉한 종기를 씻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니라.”
동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잘 알겠읍니다.
그러나 상감께서도 뒷날에 누구에게든지 오대산에 가서
문수 동자를 친견하였다는 말씀은 하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더니 동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세조는 그 어린 동자가 나중에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릴까 염려되어 그런 부탁을 하였는데,
그 동자가 문수 보살의 화신인 것을 알고는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구나 그 덕분에 병까지 말끔히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세조는 나라에서 으뜸가는 화공과 조각가를 불러 자신이 본 그대로의
문수 보살의 모습을 그림 그려 조각하게 하였다.
그것이 바로 상원사 선원에 모셔져 있는 문수 동자상이다.
세조가 상원사에 머물 때에 식사 때면 늘 대중 공양에 참여하여
발우를 펴놓고 스님들과 함께 공양하였다.
음식을 나누어받기 전에 미리 천수물을 받아두었다가 식사가 끝나면 그 물로 발우를 씻었다.
그런데 하루는 나이 어린 사미승이 천수물을 돌리며 세조에게 이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거사님, 어서 물 받으십시오.”
감히 나랏님을 거사라 부르다니,
주위의 여러 스님과 따라온 신하들은 아연했다.
그 어린 사미승이 큰 벌을 받을 것이 분명하여 걱정된 것이다.
그러나 세조는 자신을 거사라 불러 준 것을 오히려 영광으로 여기며 칭찬하였 다.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누구에게서 거사라는 말을 듣겠느냐?”
그러고는 사미승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세조가 법당에 올라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려고 하였다.
그때에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나서 세조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절을 못하도록 방해하였다.
세조가 이상히 여겨 사람들을 시켜 법당 안을 살피게 하니 탁자 밑에 자객이 숨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곧 자객을 붙잡아 내고, 고양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상
원사에 양모전을 하사하여 고양이를 기르게 하였다.
그리고 법당 앞에는 돌로 고양이 상을 새겨 놓았다.
세조는 오대산에 들어가서 문수 보살을 천견하여
고질로 앓던 종기병을 말끔히 치료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 덕분에 죽을 목숨까지 건지기도 하였다.
그러니 참으로 부처님의 은혜를 많이 입은 왕이라 하겠다.
그런 까닭 에 세조는 불교 탄압이 심하였던
조선시대에 드물게 불교를 이해한 임금으로서 많은 공적을 이루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