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큰 불을 피하려다 나무넝쿨에 매달린 사람
사찰 벽화이야기 10. 큰 불을 피하려다 나무넝쿨에 매달린 사람
인생은 무명장야無明長夜와 같습니다. 깊은 어둠속에 쌓인 긴 밤처럼, 중생은 무명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무상한지는 아래에 적은 안수정등岸樹井藤의 비유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써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한 나그네가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나운 코끼리 한 마리가 들판에 난 큰 불을 피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나그네는 코끼리를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던 나그네는 다행히 우물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한 줄기의 넝쿨이 우물 속으로 뻗어 있는 것입니다. 일단 코끼리를 피해야 하겠기에 그 나그네는 급히 나무덩쿨을 잡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습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나그네는 주변을 둘러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물 안 벽에는 독사 네 마리가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또 발아래로는 무서운 독룡이 먹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입을 쩍 ~ 벌리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나그네가 매달린 나무넝쿨은 언제부터인가 검은 쥐와 흰 쥐 한 마리가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는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놀란 나그네는 밖으로 나가려고 넝쿨을 잡고 올라가는데, 들에 난 큰 불이 벌써 이곳까지 번져 자욱한 연기 때문에 나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지고만 것입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매달린 넝쿨이 묶인 나무에 벌집이 하나 있는데, 그 벌집에서 꿀이 한 방울 씩 똑 똑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 꿀을 맛보니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새 나그네는 두려움을 모두 잊어버리고, 이제는 달콤한 맛에 취하여 자신의 위태로움은 잊은 채 다시 꿀물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유경譬喩經』에 등장하는 이 비유는 우리의 인생을 빗대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저 나그네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나그네는 우리의 인생살이입니다. 끝없는 들판은 무명의 긴 밤을, 코끼리는 무상함을, 우물은 생사를, 넝쿨은 수명을, 두 마리 쥐는 낮과 밤을, 네 마리 독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흙, 물, 불, 바람의 사대를 각각 상징합니다. 벌은 삿된 생각이며, 꿀은 재물, 애욕, 음식, 명예, 수면의 다섯 욕망의 즐거움을, 큰 불은 늙고 병듦을, 독룡은 죽음을 각각 비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