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이야기 -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지 말라
수보리에게 반야경을 설하시다 - 단양 구인사 광명전 벽화로 그려진 불화
마음을 찾는 여행의 도착지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들어 있을까요? 아니면 텅 빈 곳간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까요? 하지만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내 마음속 창고입니다.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나 외에는 가 본 사람도 없으며, 나 외에는 갈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가 내 마음에 도착한다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반야심경』은 불자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외우게 됩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지혜를 닦는 수행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놓은 경전입니다. 반야심경이라면 대부분의 불자들은 '색즉시공'色即是空이라는 말을 떠 올립니다. 여기서 '색'色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대상'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 귀에 들리는 소리, 코로 맡아지는 냄새, 혀에 전해지는 맛, 손이나 신체로 만져지는 것등 우리 감정이나 느낌을 일어나게 하는 모든 대상을 색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 색色이 공空하다는 말이 색즉시공色即是空입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지혜로 바라보니, 모든 대상은 사실 그때 그때 변하는 것이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시간에 따라 다르고, 장소에 따라 다른 것이 색즉시공의 이치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내 눈에 내 자식은 그렇게 귀하고 예뻐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의 집 자식이라면 눈에 넣을 생각이라도 할까요? 또 가족끼리 외식으로 고기 집을 갔는데, 고기 굽는 냄새가 배고픈 식당 안에서는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더니, 막상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옷에 밴 냄새가 좋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단지 상황만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전혀 반대의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인연법因緣法이 변한 것입니다. 그 인연을 공空이라 생각해 보면, 색즉시공이란, 같은 대상이라도 그 때의 인연에 따라 내가 갖는 느낌과 생각이 모두 바뀐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공의 이치를 가장 잘 깨우친 해공제일解空第一수보리 존자에게 부처님께서 반야경을 설하고 계십니다. 마음을 찾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 모두 공空이라고 하십니다. 혹시 우리의 마음 창고도 텅 비어 있는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