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의 씨앗을 갈무리해 둔 곳간
**[여래의 씨앗을 갈무리해 둔 곳간] **
아난존자에게 능엄경을 설하시다 - 단양 구인사 광명전 벽화로 그려진 불화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떠 올리는 의문입니다. 만약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나를 괴롭히는 마음의 아픈 상처를 깨끗이 지워 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병원 진료나 수술을 통해 상처를 치료하는 것 처럼, 마음만 찾아 꺼내어 의사에게 고쳐 달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마음속에는 여래의 성품이 들어 있습니다. 그 성품을 불성佛性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불성을 찾으려면 어디에 담겨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마치 연못 속에 잠긴 연꽃줄기를 물 밖으로 꺼내는 일과 같다고 했습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캄캄한 물 속에서 연꽃줄기가 뿌리내리고 있는 곳, 그 곳을 찾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더듬더듬 흔적을 따라간다면, 반드시 연꽃줄기를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게 됩니다.
『능엄경』은 부처님께서 제자 아난존자와 함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답변으로 이어지는 경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부처의 성품이 되는 그 마음을 찾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다정한 표정을 지으시며 세심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여래의 씨앗을 갈무리해 둔 곳간"이라고. 그 곳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었을 때 과연 내 마음이 어디서 울리고 있는지 귀 기울여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지 말라]
수보리에게 반야경을 설하시다 - 단양 구인사 광명전 벽화로 그려진 불화
마음을 찾는 여행의 도착지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들어 있을까요? 아니면 텅 빈 곳간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까요? 하지만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내 마음속 창고입니다.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나 외에는 가 본 사람도 없으며, 나 외에는 갈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가 내 마음에 도착한다면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반야심경』은 불자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외우게 됩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지혜를 닦는 수행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놓은 경전입니다. 반야심경이라면 대부분의 불자들은 '색즉시공'色即是空이라는 말을 떠 올립니다. 여기서 '색'色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대상'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 귀에 들리는 소리, 코로 맡아지는 냄새, 혀에 전해지는 맛, 손이나 신체로 만져지는 것등 우리 감정이나 느낌을 일어나게 하는 모든 대상을 색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 색色이 공空하다는 말이 색즉시공色即是空입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 지혜로 바라보니, 모든 대상은 사실 그때 그때 변하는 것이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시간에 따라 다르고, 장소에 따라 다른 것이 색즉시공의 이치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있는데, 내 눈에 내 자식은 그렇게 귀하고 예뻐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의 집 자식이라면 눈에 넣을 생각이라도 할까요? 또 가족끼리 외식으로 고기 집을 갔는데, 고기 굽는 냄새가 배고픈 식당 안에서는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더니, 막상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옷에 밴 냄새가 좋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단지 상황만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전혀 반대의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인연법因緣法이 변한 것입니다. 그 인연을 공空이라 생각해 보면, 색즉시공이란, 같은 대상이라도 그 때의 인연에 따라 내가 갖는 느낌과 생각이 모두 바뀐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공의 이치를 가장 잘 깨우친 해공제일解空第一수보리 존자에게 부처님께서 반야경을 설하고 계십니다. 마음을 찾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 모두 공空이라고 하십니다. 혹시 우리의 마음 창고도 텅 비어 있는 것일까요?
[바르게 피어나는 하얀 연꽃]
사리불에게 법화경을 설하시다 - 단양 구인사 광명전 벽화로 그려진 불화
바른 마음가짐으로 심성心性을 바르게 하면 내 마음에도 하얀 연꽃이 피어납니다. 무거운 진흙을 뚫고 흙탕물 속에서도 새하얗게 피어난 연꽃들 처럼, 중생의 마음도 무명無明의 번뇌를 걷어내어야 합니다.
그렇게 여래의 씨앗을 갈무리해 둔 곳간을 찾아 싹을 틔우니, 하얀 연꽃 한 송이가 바르게 피어났습니다. 각각의 연꽃 봉우리에는 한 분 한 분의 불자님들이 앉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세상, 말법의 시대가 닥치더라도 그 곳에 바른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중생만 있다면, 그 청정한 마음을 연못삼아 연꽃의 미묘한 향기가 부처님 가르침처럼 전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세상을 부처님께서 오가시는 도량으로 만들기 위해 『법화경』의 큰 가르침이 중생들에게 전해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길]
경전이운經典移運. 우마차를 이용해서 경전을 옮기는 모습 - 단양 구인사 광명전 벽화로 그려진 불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은 부처님의 육성과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을 모시듯 예를 갖추어 머리에 이고 두 손으로 떠 받치고서 경전을 옮겨갑니다.
옛날 인도에서 서역을 거쳐 삼장법사께서 모셔오던 불서 행렬이 그림과 같지 않았을까요, 앞선 동자가 받쳐 든 향불을 따라, 스님과 대중의 원력으로 경전이 모셔지고 있습니다.
경전이운經典移運이란,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법륜(法輪: 부처의 敎法)을 굴리 듯 우마차에 가득 실은 부처님의 말씀은 열 개의 살로 이루어진 수레바퀴를 따라 동서남북 시방十方세계 곳곳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기다리는 곳으로 전해집니다.
